
의대 가지마. 가슴 뛰는 일을 해
의대 열풍이 한창입니다.
유투브에는 40대, 50대에도 수능을 쳐서 의대를 다시 가는 분들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오고는 합니다.
한편 몇몇 선배 의사분들은 의견이 다릅니다.
‘지금 의대 가는 애들은 고점에 물린거다’라고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내과 외과 등 생명을 살리는 바이탈과는 이미 호흡기를 뗐어. 성형수술 같은 비보험 영역조차도 점점 경쟁이 심화될거야"
의대 고점이라는 말은 20년 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인데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메디브릿지는 2023년에 서울대 의대 4명을 포함해 26명의 예비 의사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회사 내부적으로는 수 백명의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입시 컨설턴트로 활약해왔습니다.
하지만 진료가 너무 바빠져서 회사를 졸업하신 분들도 계신데요.
우리는 그만큼 많은 의사들이 다양한 진로로 가는 것을 봐왔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보시면
1) 자녀의 성적은 잘 나오는데 남들 따라서 의대를 보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는 학부모님
2) 집안에 의사가 없어서 의사라는 진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학생
3) 수학, 물리, 코딩 등 의학과는 멀리 떨어진 것 같은 학문에 관심이 있는 학생
등은 진로고민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학창시절 진로고민 할 때를 떠올려보면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은 조언이 있습니다.
바로 ‘너가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을 해라’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쯤은 들어 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조언은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중고등학생에겐 약간 무책임하지 않나?” 싶습니다.
학교-학원-집만 오가며 공부만 하는 학생들에게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그랬습니다.
90% 이상의 의사들은 졸업하고 환자를 봅니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서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보거나, 개원을 해서 본인의 병원에서 환자를 봅니다.
하지만 가끔은 졸업하고 전혀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분들,
치과의사 출신 토스 이승건 대표님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창업을 한 분들,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처럼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
제약업계를 비롯해 의료와 연관된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이 분들은 대학생 때 의대를 진학한 것에 대해서 후회할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학창시절 꿈이 불분명할수록 의대 진학은 오히려 굉장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생활을 경험해보고 나서야 알았으니까요.
최근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의대 진학을 위해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직장인 이야기를 유튜브나 주변에서 한번쯤 접해보셨을거에요.
저 뿐만 아니라 사회를 경험할수록 더욱 더 의대 진학의 장점을 체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의대 열풍’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경험해볼수록 의대 진학을 꿈꾸는 걸까요?
제가 느낀 이에 대한 이유.
아직 사회에 발을 디디지 못한 학생분들은 알 수 없는 의대 진학의 현실적인 장점들을 여러분께 알려드리려 합니다.
첫 번째, 의사 면허는 내 인생의 안전장치이자, 힘든 상황의 나에게 가장 효과 좋은 심신안정제가 되기도 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성향 중에는 손실 회피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이 얻을 때 보다 잃을 때 더 큰 감정을 느낍니다.
의사들은 졸업한 이후로는 내 인생이 아무리 꼬이더라도 어느 수준 이상의 삶은 살 수 있겠다는 마음의 안정감을 찾습니다.
미래에 전문직이 아닌 회사원으로 살게 될 경우에는 이 안전장치를 갖지 못합니다.
따라서 회사원과 의사가 똑같이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안전장치가 없는 쪽에서는 더 큰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입니다.
그 모든 결정의 순간에 하나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일까요?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개발자와 의사 출신 개발자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개발자는 현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회사의 오너가 아닙니다.
미래에 젊은 개발자들에게 밀릴 때에는 생계 유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의사 출신 개발자는 어떨까요?
미래에 내가 젊은 친구들에게 밀리더라도
요양병원에서 당직 의사를 하면서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있습니다.
물론 재테크에도 능력 있는 개발자라면 그 전에 많은 자산을 불려놓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산을 쌓아나가는 과정 중도 다릅니다.
개발자는 은퇴하기 전에 더 많은 자산을 불려 놓지 않으면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압박을 받고는 합니다.
두 번째, 의사는 각종 전문직들 중에서도 가장 하한선이 높습니다.
보통 대다수 전문직들은 어느 정도의 안전성은 보장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직업군 내에서도 출신학교나 성적 그리고 본인의 능률에 따라,
진로와 페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스쿨은 대형 로펌, 검사, 판사 등의 진로를 위해,
입시 경쟁은 물론 입학 후에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합니다.
진로 뿐만 아니라 페이로 따져도 성적 최상위권과 최하위권 간 월급의 차이가
약 2배에서 3배 정도 까지가 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대는 출신학교가 어떻든, 성적이 어떻든,
면허만 취득하면 높은 수준의 고소득을 보장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의사는 대형 로펌 변호사의 반 정도의 근무 강도로,
로스쿨 내 상위 10% 진로인 대형 로펌 변호사만큼의 소득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사는 판사 검사 약사 수의사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등의 다양한 전문직 중에서
본인의 학벌, 성적에 관계없이 의사 면허만으로 고소득을 보장해주는 직업입니다.
따라서 이는 모든 전문직 중에서 의사가 가진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장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인정을 받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의 만족도의 측면에 있어서도,
업무 강도보다는 본인이 얼마나 사회에서 인정받냐가 중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공부를 잘하시는 학생들은 많이들 그런 느낌을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의대는 보통 그 나라에서 가장 엘리트인 학생들이 가는 진로입니다.
따라서 학생 때부터 주위의 어른들로부터 조금 더 대접을 받기도 하고, 은행에서도 조금 더 대출을 더 해줍니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때문에 본인의 일에 대해서 직업적인 만족도가 높습니다.
‘하버드대 졸업생이 30주년 동문회에 다녀와서 깨달은 것들’이라는 글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기서도 대체로 의사와 교수들이 대체로 행복해보였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 생활을 할수록 20대 후반부터 선생님 소리를 들으면서,
전문가로서 존중해 주는 직업을 찾기는 굉장히 쉽지 않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네번째 장점은 의대 진학 후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보통 주변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선
의대생활 6년을 마치고,
인턴 레지던트 수련기간 4~5년까지 거쳐
최소 10년 이상을 공부로만 바쳐야 한다고
많이들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6년의 의대 졸업 후에 의사 면허가 나옵니다.
이 때부터 바로 개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대 졸업만 해도 병원을 개원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을 모르십니다.
4년 이상의 수련을 거쳐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것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졸업 후 기초 연구에 관심이 생기면
다른 분야의 기초의학대학원에 진학을 해 연구원이 될 수 있고,
법에 갑자기 관심이 생기면 로스쿨을 가도 괜찮고,
의사 면허를 바탕으로 국제기구를 진출을 할 수도 있고,
사업을 할 수도 있고,
본인이 원하면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나 의사 면허는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앞서 말한 진로 중 국제기구나 보건복지부를 한번 예를 들어 볼까요?
세계보건기구(WHO) 진출시에도 의사 면허를 갖고 있으면 승진도 굉장히 빠르고,
조직내에서 어느정도 높은 직급까지 올라갈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WHO 이종욱 사무총장님,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님이 떠오릅니다.
심지어 정진엽 장관님은 바로 보건복지부에 가신 것도 아닙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하시다가 장관에 임명되셨습니다.
만약 의료와 연관된 분야를 가지 않고 완전히 다른 분야를 도전하겠다 하면 의대에서의 6년 공부는 낭비일까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의대 진학 첫 번째 장점인 ‘안정성’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의사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다시 수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하면서도 페이닥터로 파트타임 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의사는 굉장히 큰 안정성이 보장이 됩니다.
면허를 갖고 있다는 자체가
오히려 다른 분야에 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꿈이 불분명한 의대생은 뒤늦게 본인의 적성을 찾아도 괜찮습니다.
의사 면허증이 있으면 꿈을 향한 문턱이 낮아지니 의대 진학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결론은 무조건 의대 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설사 좋아하는 것이 다른 일이더라도,
의대 진학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것입니다.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다른 진로와 비교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인 제가 그 장점들을 알려드렸습니다.
이 글이 본인의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메디브릿지 의사 선배 일동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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